메이커 운동

디지털 제조업이 불러온 제3의 산업혁명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이다.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 공동창업자였던 데일 도허티가 만든 말이다. 

그는 메이커 운동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2005년 DIY 잡지 <MAKE>를 펴냈다. 

그는 메이커 운동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 ‘메이커’(Maker)가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메이커는 누구일까. 메이커 운동의 허브인 ‘테크숍’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해치는 이렇게 설명한다.


“뭔가 만드는 사람을 메이커라고 한다. 2005년 창간된 <메이크> 매거진을 통해 대중화되기 시작한 말로, 새로운 만들기를 이끄는 새로운 제작 인구를 가리킨다. 

발명가, 공예가, 기술자 등 기존의 제작자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손쉬워진 기술을 응용해서 폭넓은 만들기 활동을 하는 대중을 지칭한다. 

처음에 쓰일 때는 취미공학자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지금은 공유와 발전으로 새로운 기술의 사용이 더더욱 쉬워졌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 전부를 포괄하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메이커 운동 선언>, 마크 해치 (2014)16쪽 인용

메이커 운동은 기존 ‘DIY(Do It Yourself) 운동’과 다르다. DIY는 개인적 취미 생활에 가깝다면 메이커 운동은 개인의 취미부터 산업 영역까지 아우른다.

배경1. 제조업 문턱이 낮아졌다

메이커 운동이 등장한 배경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제조업의 문턱이 낮아졌다. 산업 곳곳에 컴퓨터가 스며들어가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금속 부품을 가공할 때 쓰는 밀링 기계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전문가만 쓸 수 있는 매우 복잡하고 비싼 기계였다. 1950년대 초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처음 컴퓨터로 정밀하게 움직이는 기기를 만든 뒤 CNC 밀링 기계가 나왔다. 수억원이 넘어서 기업에서나 쓸 수 있던 밀링 기계가 이제 수천, 수백만원대로 내려왔다. 일반인도 프로그램 사용법만 알면 강철을 깎아 공장에서 만든 것만큼 튼튼한 부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밀링머신 뿐만이 아니다. 비싸고 실용성이 떨어졌던 3D 프린터가 이제는 비행기 부품을 만들 만큼 발전했다. 개인 용도로는 수백만원 대에 책상 위에 올려두고 쓸 수 있는 제품도 나온다. 개인용 3D 프린터 성능도 퍽 괜찮다. 피규어나 치과 보형물 제작 등 일부 분야에서는 벌써 적극 활용한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만 쓰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제 개인이 블로그 사진을 편집할 때도 쓴다. 컴퓨터 제도(CAD) 프로그램을 만드는 오토데스크는 아예 입문자용 프로그램 ‘오토데스크123D’를 무료로 공개했다. 메이커 운동이 열어젖힌 새로운 기회의 땅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이 외에 3D 스캐너나 레이저 절단기 등 일반인이 감히 접하기 힘들었던 기술이 보편화된 덕에 메이커 운동은 꽃필 수 있었다.

배경2. 협력하기 좋아졌다.

협력이 손쉬워졌다. 제조업 기술이 디지털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도구도 디지털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로 그린 도면을 웹사이트에 공유한다. 메이커는 프로그램 개발자의 오픈소스 문화를 빌려왔다. 오픈소스란 프로그램의 뼈대인 소스코드를 공개해두면 많은 개발자가 함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개선해가는 문화를 가리킨다. 개발자가 집단지성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해가듯 메이커 역시 도면이나 제작 노하우를 인터넷에 공유해 제작 기술과 결과물의 품질을 발전시킨다.

메이커 운동을 떠받치는 물리적인 공간도 나타났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s)’라고 불리는 협업 공간이다. ‘테크숍’, ‘해커스페이스’, ‘팹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이커스페이스는 메이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레이저 절단기, CNC 밀링 기계, 산업용 3D 프린터, 용접기 등 다양한 제조 기구를 갖추고 메이커의 손길을 기다린다. 메이커스페이스를 찾은 이는 한 달에 몇십만원만 내고 전문 장비를 맘껏 이용할 수 있다.

관심사가 비슷한 이가 모이면 자연스레 공동체가 형성된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메이커는 각자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은퇴한 물리학자가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조언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가 협력하면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탄탄해진다. 마크 해치 테크숍 CEO는 “공간과 플랫폼을 함께 사용해 제품 개발에 드는 비용을 98%까지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작 자금을 모으는 일 역시 협력을 통해 가능해졌다.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는 메이커가 당장 수중에 큰 돈이 없어도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해 제작에 착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배경3. 대량생산 공정이 유연해졌다.

산업 차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단순히 공방에서 뚝닥거리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생산에 나서야 한다. 메이커 운동이 순풍 받은 배처럼 뻗어가는 세 번째 요인은 공장 생산라인이 유연해졌다는 사실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 공장 생산라인은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자원이었다. 몇달 혹은 몇년 동안 라인을 설계하고 배치해야 제품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장 가동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아서 기업 규모는 돼야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다.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지고 유행이 빨리 변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왔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공장 생산라인도 유연하게 바뀌었다. 이제 집 안에서 온라인으로 공장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 세계 최대 B2B 상거래 웹사이트 ‘알리바바’에서는 내 주문을 수십개부터 수만개까지 소화해낼 중국 공장 목록을 찾을 수 있다. 도면을 보내고 신용카드로 제작비를 결제하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셰이프웨이즈’나 ‘포노코’ 같은 웹사이트는 값비싼 산업용 3D 프린터나 컴퓨터 밀링 기계로 제품을 만들어 보내준다. 개인도 기업만큼 전문적인 생산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크 해치 <메이커 운동 선언> 표지 일부
마크 해치 <메이커 운동 선언> 표지 일부

영향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메이커 운동의 영향력을 인터넷이 대중매체에 미친 파괴력에 빗댔다.

“제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가운데 하나다. 1차 산업혁명 이후 대량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힘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이의 손 안에 있었다. 

지금까지 생산수단이라고 하면 커다란 공장, 큰 회사, 또는 이런 곳에서 만든 상품 등을 뜻했다. 20세기 대중매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린 인터넷과 콘텐츠의 롱테일 법칙이 대중매체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목격했다. 이제 상상해보자. 상품의 롱테일 법칙을 말이다. 

웹의 디지털 혁신 모델이 바꿔놓은 물리적 생산 과정의 변화. 이것이 메이커 운동이다.”



<와이어드> ‘메이커 운동’, 크리스 앤더슨(2012) 인용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조업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상품화될 수 없었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올 확률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신용카드 결제에 혁신을 불러온 모바일 신용카드 단말기 ‘스퀘어’도 메이커스페이스 출신이다. 스퀘어 공동창업자 잭 도시와 짐 맥켈비는 초기에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아이디어가 너무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결제 플랫폼으로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퀘어 제작자는 자기 회사에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를 받을 수 없어 고객을 놓친 적이 있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손쉽게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스퀘어를 만들었다. 이들은 대형 은행이 놓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투자자를 설득했다. 하지만 돈을 끌어모으지는 못했다.

이들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짐 맥켈비는 테크숍 멘로파크 지점에서 메이커 강의 몇 개를 듣고 프로토타입 3가지를 만들었다. 잭 도시는 프로그램을 짰다. 두 사람은 몇 달 뒤 완벽하게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들고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앞에 다시 섰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신용카드를 빌려달라고 한 다음 스퀘어 단말기로 읽어들여 기부금 500달러를 받았다. “이 돈은 돌려드리지 않습니다”라는 단호한 말과 함께.

잭과 짐은 프로토타입 시연 덕분에 초기 투자금을 1천만달러나 모았다.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스퀘어는 2014년 현재 3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받았다. 시장가치는 32억5천만달러로 추산된다.

신용카드 결제 시장에 혁신을 불러 온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 ‘스퀘어’
신용카드 결제 시장에 혁신을 불러 온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 ‘스퀘어’

스마트워치의 선두주자인 페블 역시 크라우드펀딩에 나서기 전에 완벽히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성공적으로 제작비용을 끌어모았다. 아이디어에 투자하기는 어려워도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에 투자하기는 비교적 쉽다. 이런 점을 보면 메이커 운동은 시장에 나오기 힘들 법한 상품도 빛을 발할 기회를 마련해줬다고 볼 수 있겠다.


1인용 제트팩이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오토바이 같은 제품은 어떤가. 개인의 충만한 ‘마니아 정신’을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던 것은 메이커 운동의 힘이다.

전망

메이커 운동을 다품종 소량생산에 이은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미국 정부는 메이커 운동을 후원한다. 지난 6월18일 백악관에서 메이커의 축제인 ‘메이커페어’가 열리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의 DIY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된다”라며 메이커 운동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메이커를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2014년 7월 메이커 1천만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1천만명에게 3D프린터 활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과학관과 도서관, 초·중·고등학교에 3D프린터를 보급하고, 2017년까지 130개 셀프제작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3D프린터라는 한가지 기술에만 목매는 모습이 지엽적이고 시장 수요가 없는 와중에 정부 주도로 공급부터 왕창 늘리는 접근법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메이커 운동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 인류는 가장 만들기 좋은 시기를 만났다. 생산도구가 다양하고 간단하면서도 저렴해진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생산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수천만 원만 있으면 개인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는 시대, 비자금 수백만 원만 갖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차릴 수 있는 때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혁신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잇따라 나타날 수 있다. 또 인터넷에 각종 기기와 센서, 스위치 등이 연결돼 ‘사물인터넷(IoT)’이 구축되면 더 많은 것이 바뀔 테다. 이런 흐름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텐가. 아니면 스스로 창조자(메이커)가 돼 볼 것인가. 선택은 당신 몫이다. 제작 수단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널려 있다.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당신의 아이디어뿐이다.

자료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메이커 운동 [Maker Movement] - 디지털 제조업이 불러온 제3의 산업혁명 (용어로 보는 IT)